힙한 마케팅과 힙한 디자인의 비밀!
배우 이서진의 파격 변신과 힙한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었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
그중에서도 지하철 광고물에서 디자인적으로 힙한 구석이 엿보여서 한 번 분석해보려고 한다.
힙포인트 첫 번째, 탁월한 디자인
🤔 심미성보다는 정보전달에 유리한 노랑-초록-파랑의 색배치
<내과 박원장> 지하철 광고는 배경과 글자, 전체적인 톤을 티빙 로고의 새빨간 색과 반대되는 파랑과 초록으로, 한색 느낌이 나도록 연출했다. 박원장의 흰 가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푸르게 보정했고, 넥타이와 셔츠도 푸른 계열로 선택했다.
색상팔레트는 다음과 같다.
말 그대로 RGB. 심미성보다는 정보전달에 유리한 선명한 색상들이다.
이 색조합은 부동산 간판, 병원 광고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강렬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각각의 정보가 눈에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내과 박원장>의 지하철 광고판도 이 느낌을 노렸다.
이 색조합이 예뻐 보이려면 디자이너의 깊은 내공이 필요하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이미지가 강한 티빙이라는 OTT 플랫폼에서 배급되는 콘텐츠이기에 완급조절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폰트를 활용했다.
But, 올드하진 않다!
왜? 트렌디한 폰트가 있으니까😉
<내과 박원장>은 강렬한 색조합이 자아내는 촌스러운 느낌을 트렌디한 폰트로 중화했다.
폰트는 총 세 가지로, 전부 산돌의 스테디 셀러 폰트들이다.
깔끔하고 발랄한 고딕 폰트,
"산돌 네모니"
메인 폰트는 제목폰트로도, 본문폰트로도 자주 쓰이는 '네모니'.
이름처럼 네모진 형태가 특징적인데, 깔끔하고 똑 부러지면서도 귀여운 이미지 덕분에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산돌의 스테디셀러다.
산돌 네모니의 진정한 매력은 'Oblique'에 있다.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비틀어진 버전의 디자인인데, 큰 장치 없이도 변주를 줄 수 있어서 디자이너에게 정말 편리한 옵션.
<내과 박원장> 지하철 광고에서도 이서진 삼행시로 잘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캐주얼한 감성을 자아내는 캘리그라피 폰트,
"공병각 매직"
다음은 광고 하단에 쓰인 손글씨 폰트인 '공병각 매직'.
폰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눈에 익을, 정말 말 그대로 오만 군데 사용되는 폰트이다.
대기업은 공병각폰트를 구입해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직접 캘리그라퍼 공병각 씨에게 직접 홍보물을 맡긴다. 갤노트 5가 그 예시다.
공병각 폰트에는 펜, 타블렛, 필, 매직의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내과 박원장>은 그중에서도 깔끔하고 캐주얼함까지 갖춘 '매직'을 택했다.
현대적인데 촌스러운 국민 폰트,
"산돌격동고딕"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이너, 비디자이너를 불문하고 모두가 써온 폰트다. 유튜브 썸네일에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프로 디자이너들이 일반인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유료폰트이기도 하다. 대안으로 무료 폰트 '검은고딕'이 추천되는 것은 모두가 아는 불문율.
격동고딕은 격동고딕과 격동굴림으로 구성된 격동시리즈의 간판폰트다. 격동 시리즈는 레트로 감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산돌은 격동 시리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격동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레트로'로,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당시의 격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70~80년대의 사회적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당시 한국사회의 어두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네이밍을 격동으로 정했고, 가상바디 안에 꽉 찰 정도의 레터페이스(가상바디 내 94%)와 굵은 줄기, 날카로운 맺음, 속공간에 따라 변형되는 낱자형태 등을 기본 엘리먼트로 잡고 작업을 진행했다.
(어딘지 모를 촌스러움은 '레트로'라는 키워드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
이 오묘하게 의도된 촌스러움은 현대의 디자인이 추구하는 감성 그 자체인 공병각 폰트, 촌스러움 그 자체인 새파란 배경에 형광노랑과 흰색의 색조합과 만나 '촌스럽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실력 있고 젊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는 강력한 힌트를 주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심플하게,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게,
발랄하면서도 중후하게 부탁드려요!
디자이너는 종종 클라이언트로부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는다.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이런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내과 박원장>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대머리 내과 원장이 냈을 법하게 촌스럽지만'
'티빙이 냈을 법하게 트렌디한' 디자인.
<내과 박원장>의 지하철 광고판을 보면, 모순적인 컨셉을 소화하려는 디자이너의 피나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마추어 디자이너로서 프로 디자이너들의 작업물을 보다보면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이번 작업물이 딱 그랬던 것 같다.
힙포인트 두 번째, 전략적인 이중 배치!
지하철 출퇴근러/통학러라면 알 것이다.
영세 병원 광고는 많은 정보를 집어넣기 좋은 가로세로 비율이 비슷한 넓은 광고판에서 주로 집행한다는 사실!
병원 광고가 스크린도어의 위아래 두 가지 광고판 중 아래쪽 넓은 광고판에 있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티빙은 광고판을 위아래로 함께 배치해서 아래쪽 광고판은 진짜 병원 광고처럼 디자인한 한편,
위쪽 광고판에는 <내과 박원장>의 디자인 로고를 노출하고,
‘티빙 오리지널’, ‘2022년 1월 14일 대공개’ 등의 문구를 함께 적어 티빙 드라마 콘텐츠 광고임을 강조하면서 광고의 목적을 잃지 않았다.
힙포인트 세 번째, 착각을 막아 주는 센스 있는 장치들!
광고판에서는 배우 이서진 씨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언뜻 봐서는 정말 병원 광고 같아 보여서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착각을 막아 주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다!
우선 배우 이서진의 이름을 활용한 센스 있는 삼행시 카피가 돋보인다.
“이정도로 진심인 내과!
서비스도 대박인 내과!
진짜정말 최고의 내과!“라는 삼행시를 적고 ‘이서진‘을 볼드체로 강조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 이 사람 진짜 이서진이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선이 아래 광고판에서 위쪽 광고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잘 마련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측 상단에는 ‘대한의사협희심의원-요하지 않아요’라고 적어 진짜 병원 광고가 아니라는 것을 대놓고 안내해 두기도 했다.
광고판을 위아래로 배치하여 역할을 다르게 부여한 것도 착각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장치 중 하나.
힙포인트 네 번째, 진짜 동작하는 전화번호!
예약문의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작중 간호사 역으로 출연하신 배우님께서 마치 진짜로 전화를 받으신 것처럼 연기를 해주시다가,
광고임을 실토(?)하며 많은 시청을 당부해주신다.
예약문자의 형태로 두 번째 홍보는 덤!
마케팅에서 몰입감이 참 중요한 키워드가 된 지 오래인데.
예약문자 발송도 이에 딱 맞는 귀여운 광고전략인 것 같다 ㅎㅎ
14일 공개된 <내과 박원장>, 마케팅 덕도 잘 봐서 더욱 흥하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