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SNS 어플인 클럽하우스로 전 세계가 난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인/스페인인/덴마크인/영국인/캐나다인/미국인/독일인 친구를 둔 개인이 느끼기에는, 한국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한국인들의 FOMO와, 만담꾼 본능을 자극하는 최고의 어플리케이션이라고나 할까.
클럽하우스 사용법은 이미 자세히 설명되어있는 게 많아서 다음 링크로 대체한다.
클럽하우스는 프로덕트 기획자들이나 개발자들 등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먼저 유행하다가, 여기에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한국에서는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호란이 신청곡을 불러주고 쌈디가 팬미팅을 하는 곳이라니, 말 다했지.
'슈퍼 인싸 어플'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클럽하우스에는 다양한 방들이 존재한다. '100명이 모이면 애국가를 부르는 방'부터, '홍상수 독립영화 주인공처럼 말하기 방', '성대모사 연습하기 방' 등 시쳇말로 '인싸'라고 불리는 이들이 참여할 법한 방도 있고, 유명인이 팬미팅을 하는 방이나 미팅을 하는 방들도 있다.
채팅방이나 클럽의 선택은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언어 교환 클럽에 가입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꼭 언어를 배울 목적이 아니더라도.
여러 언어 관련 클럽에 가입하면 각국의 언어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라디오처럼 들을 수 있다. 내가 가입한 곳들 중 두 곳을 소개해보자면 'Lingo Lounge' 클럽이나 '한국어 수업'이다.
한국어 수업 클럽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한국어로만 말하는 방도 있고, 한국어 반말을 연습하는 방, 영어-한국어 언어교환 방 등 아주 다양한 방들이 주로 밤 시간에 열린다. 대부분은 일본인, 대만인, 홍콩인, 미국인인데, 한국어로 말하다가 막히면 일본어로 농담을 하고 대만어와 중국어를 했다가 영어로도 질문하는 진풍경을 '들을' 수 있다.
한국에 짱박혀 있는 토종 한국인이 그 대화를 듣고 있자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귀엽고 깜찍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설렌다. 재치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배우자를 따라 성남에 들어와서 살게 됐는데 흔한 오해와 달리 자기 집은 1억밖에 안 한다는 사람, 고려대 어학당 디스를 하는 연세대 어학당 출신... 내가 모르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반쪽만 아는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외국인들의 입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니 두 배로 재미있고. 영어를 잘하는 서양인을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심장도,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어를 독학해서 유창하게 이야기를 하는 브라질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차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반면 링고 라운지는 모든 언어를 아우르는 언어 교환 방이기 때문에 스페인어-영어 언어교환, 중국어 초보자 방 등 다양한 언어의 채팅방이 계속 만들어진다. 영어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열어주는 '슈퍼 비기너를 위한 말하기 연습 방'도 있다. 정말 친절하게 사람들을 독려해주더라. 가끔은 아무 방에나 들어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를 노래처럼 들으며 졸기도 한다.
참고로, 클럽 내부에서 열리는 방들은 프라이빗 룸들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의 친구들이 내가 어떤 방에서 외국어로 더듬더듬 고초를 겪고 있다는 걸 알 길은 전혀 없다. 모국어도 아닌 언어를 못한다 하더라도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스터디그룹은 부담스럽고 영어회화 학원에 갈 시간은 없다면 클럽하우스는 어떠신가. 아이폰 유저가 아니라고? 어차피 야근과 피곤으로 빼먹기 일쑤인 학원 한 달 수강료나, 취소 수강권만 몇십 개씩 쌓이는 전화영어 1년 구독료를 아껴서 아이패드 미니 5세대 구매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